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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앞두고 덜컥 등록했던 강남역 에스테틱 패키지가 매주 숙제처럼 느껴졌던 이유

결혼을 앞두고 남들 다 한다는 말에 덜컥 등록해 버린 결이고은 강남점

주변에서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다들 경락이나 에스테틱은 필수 코스처럼 말하곤 했다. 결혼 관련 인터넷 카페를 조금만 훑어봐도 드레스 라인을 위해 데콜테와 경락을 받았더니 목선이 길어졌다거나 얼굴형이 정리되었다는 후기가 넘쳐났다. 나 역시 평소에 피부 관리나 체형 교정에 큰 돈을 써본 적이 없었음에도, 평생 한 번뿐인 날에 가장 예뻐 보여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귀가 얇아졌다. 결국 퇴근길에 들르기 편한 강남역 11번 출구 근처 골목에 있는 결이고은 강남점으로 가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실 안에서 마주한 프로그램 단가는 생각보다 꽤 비쌌다. 얼굴 균형과 상체 라인을 같이 만져주는 20회 패키지가 대략 240만 원대였는데, 평소라면 절대 한 번에 긁지 못했을 액수였지만 결혼 비용 전체에 비하면 작은 돈처럼 느껴지는 묘한 예산 마비 현상 때문에 카드를 내밀었다.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잠깐 다녔던 동네 뷰티샵의 초음파 기계 관리와 달리, 손으로 뼈와 근육을 직접 맞춰준다는 설명에 솔깃했던 기억이 난다.

퇴근 후 저녁 시간대 예약 전쟁과 매주 반복되던 피로감

예약을 잡는 것부터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시작이었다. 직장인이 평일에 관리를 받으려면 퇴근하고 저녁 7시 반이나 8시 예약이 필수인데, 이 골든타임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매번 다음 주 예약을 잡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실장님과 빈 시간을 조율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관리 시간은 1회당 90분 정도 걸렸는데, 다 받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어 바로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만약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예약을 당일에 변경하거나 취소하려고 하면, 24시간 전 규정 때문에 회차가 그냥 차감된다는 안내를 받고 억지로 야근을 쪼개어 달려간 적도 몇 번 있었다. 힐링을 하러 가는 에스테틱이라기보다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주 해치워야 하는 숙제를 하러 가는 기분이 더 컸다.

손으로 꾹꾹 누르는 수기 관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통증

이곳은 100% 수기 테크닉을 강조하는 곳이었는데, 평소 림프 순환이 잘 안 되고 자세가 구부정했던 나에게는 그 손길이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관리사 분이 쇄골 뼈 아래와 목덜미 근육을 손끝과 팔꿈치로 강하게 밀어내며 압을 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베드 시트를 손톱이 하얗게 되도록 꽉 쥐었다. 관리사는 이 정도 통증은 참으셔야 드레스 라인이 예쁘게 산다며 나를 다독였지만, 관리가 끝나고 나면 온몸에 긴장이 들어가서 어깨가 더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촬영을 코앞에 둔 시점에는 데콜테 관리를 심하게 받은 날 어깨와 목 주변에 붉은 멍이나 어혈 같은 자국이 며칠 동안 가라앉지 않아 엄청나게 불안해했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며 근육통을 겪는 것과는 또 다르게, 뼈마디를 짓누르는 고통은 매주 받아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상체와 하체 라인을 관리받으며 느꼈던 묘한 민망함

드레스 디자인에 따라 팔뚝과 허벅지 안쪽 살도 신경이 쓰여 하체다이어트 라인까지 함께 잡아주는 코스를 섞어서 진행했다. 하체 관리를 받을 때는 아주 얇은 일회용 속옷만 입은 채로 타월 한 장에 의지해 베드에 누워 있어야 하는데, 관리사 분이 민망할 정도로 허벅지 안쪽 살과 엉덩이 아래 라인을 강하게 쓸어 올릴 때마다 천장을 바라보며 애써 딴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관리사는 내 몸의 셀룰라이트를 분해해 주는 거라며 열심히 손을 움직였지만, 그 압력이 너무 강해 나도 모르게 윽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굳이 돈을 이만큼 내고 이런 민망함과 통증을 견뎌야 하나 싶다가도, 이미 결제한 금액을 생각하면 중간에 환불 절차를 밟는 것도 귀찮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식단 조절 때문인지 관리 덕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결말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 전날까지 예약된 횟수를 거의 다 채웠고, 다행히 식장에서는 드레스 핏이 나쁘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식을 올리고 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몸 라인이 정리된 것이 과연 그 혹독했던 수기 관리 덕분인지, 아니면 예식 한 달 전부터 극단적으로 저녁 식사를 제한하며 닭가슴살만 먹었던 식단 조절 때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얼굴 크기가 작아졌다는 소리도 결국 몸무게가 4kg 정도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 같기도 해서, 200만 원 넘게 썼던 그 강남역에스테틱 패키지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기하게도 그 고통스럽던 예약 일정을 더는 안 잡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남겨둔 마지막 2회 관리권은 결국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해 버렸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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