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강동구 근처랑 논현동 쪽 예식장을 몇 군데 돌아다녔다. 원래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를 원해서 용산 쪽도 생각했는데, 막상 투어 일정을 잡으려니 주말 상담 예약부터가 벌써 지친다. 노블발렌티는 워낙 유명해서 견적이나 좀 받아보자 싶어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첫인상이 너무 웅장해서 내가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맞나 싶더라. 상담실에 앉아 있으니까 매니저님이 엄청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데, 사실 머릿속엔 계속 ‘이 돈이면 제주도에서 스몰웨딩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딴생각만 맴돌았다.
예식장 투어만 다녀와도 기운이 빠지는 이유
투어를 다녀보면 느낀 거지만, 정말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볼 때는 동화 속 같은데, 막상 가보면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동선이 생각보다 너무 길거나, 연회장 층고가 답답해서 금방 질릴 것 같은 곳이 꽤 있었다. 노블발렌티는 확실히 브랜드 파워가 있어서 그런지 서비스나 공간의 통일감은 좋았는데, 대관료가 생각보다 높아서 식대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예산 범위에서 이미 한참 벗어났다. 사실 요즘은 공공예식장도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야외 예식장도 알아봤는데, 거긴 또 날씨가 변수라 마음을 정하기가 참 어렵다. 비라도 오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식대와 옵션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갈등
어느 예식장을 가든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근데 이게 참 묘하다. 패키지로 묶으면 편하긴 한데, 내가 원하는 브랜드는 또 옵션 추가 금액이 붙어서 결국 개별적으로 발품 파는 것보다 더 비싸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어차피 2부 드레스도 고민해야 하고, 본식 스냅 업체도 따로 알아봐야 하는데 예식장에서 묶어 파는 구성들은 묘하게 내 취향을 비껴간다. 오늘 상담받은 곳에서도 2부 드레스 대여가 가능하다고 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디자인이 너무 제한적이라 그냥 밖에서 따로 빌리는 게 속 편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괜히 패키지 다 넣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돈은 나가는데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상담 마치고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근처 공원을 잠깐 걸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내가 정말 행복한 건가’였다. 남들 다 하는 혼수 리스트 체크하고, 예식장 잡고, 청첩장 돌리고 하는 과정들이 왠지 남의 집 잔치 준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친구들 결혼식 때 축의금 10만 원 넣으면서 식사비 계산해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내가 그 식사비를 받는 입장이 될 텐데, 과연 하객들이 밥값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퀄리티가 나올지 벌써부터 눈치 게임을 하게 된다.
결정을 미루고 다시 시작하는 고민
결국 오늘 당장 계약은 안 했다. 담당자분이 당일 계약 혜택을 강조하셨지만, 왠지 여기서 덜컥 사인했다가는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다른 곳 한 군데 더 가보고 결정하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발걸음이 무겁다. 강북구 쪽 예식장도 몇 군데 리스트업은 해뒀는데, 거기까지 투어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음 주말이 걱정이다. 결혼 준비가 원래 이렇게 끝도 없이 고민의 연속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식을 올리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부모님 체면 생각하면 호텔이나 유명 웨딩홀에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계속 싸운다. 일단 집에 가서 엑셀 파일이나 다시 열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