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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투어라는 이름이 주는 막연한 부담감

웨딩드레스라는 게 사실 좀 낯설긴 하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세상에 드레스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예쁘다 싶으면 캡처해두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막상 드레스 투어를 예약하려고 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남들은 드레스 투어 가면 공주 놀이 한다고 설렌다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부터 앞섰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런 화려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잘 안 됐다. 윤승아 씨가 11년 만에 리마인드 웨딩 촬영한다면서 드레스 보러 다니는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도 ‘입어보러 왔다’는 말이 어색하다고 하더라.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갔다. 거창하게 드레스 투어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사실은 나한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내 숙제처럼 느껴졌다.

예약 전쟁과 예상 밖의 대기 시간

유명하다는 곳들은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전화해서 날짜 조율하는데 이미 몇 달 뒤까지 꽉 차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맥이 빠진다. 평일 오후에 시간을 겨우 내서 겨우 두 곳을 다녀왔는데, 가는 곳마다 대기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샵에 들어가면 다들 너무 친절하게 맞이해주시는데 그 친절함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드는 느낌? 샵 한 곳당 피팅비가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들었는데, 막상 4벌 정도 입어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옷 갈아입고 머리 만지고 액세서리 바꾸는 시간을 빼면 실제로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렇게 정신없이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 내가 뭘 입었는지, 뭐가 나한테 어울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샵마다 다른 분위기와 가격대

강남 쪽에 있는 샵 몇 군데를 돌아봤는데 가격대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아르하 드레스 같은 곳처럼 좀 더 깔끔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프리다 브라이덜처럼 화려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수입 드레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나한테 예쁜 건 또 아니더라. 드레스 가격이 몇백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대여 비용이나 구매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욕심은 계속 커지니까 나중에 견적서 받아보고 나면 현실적인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엘리사브 드레스 같은 명품 라인 가격을 듣고 나면 ‘과연 이 금액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막상 입어보면 또 다른 현실

사진으로 볼 때는 마냥 예뻐 보였던 실크 드레스가 막상 입으면 내 몸이랑 따로 노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드레스는 너무 무거워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였고, 어떤 건 가슴 부분이 계속 흘러내릴까 봐 불안했다. 화이트 원피스 느낌의 가벼운 드레스는 촬영할 때는 좋을 것 같은데 막상 본식 때는 너무 수수해 보일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드레스 샵 실장님들이 ‘신부님 체형에는 이게 딱이에요’라고 권해주시는 것들도 막상 입어보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랑은 거리가 좀 있었다. 결국 촬영용 드레스는 대여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본식 드레스는 아직도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 촬영 드레스는 좀 과감해도 괜찮다는데, 촬영할 때 입을 드레스조차 골라야 한다니 끝도 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끝없는 의문과 정답 없는 선택

주변에서는 다들 ‘한 번뿐인 결혼이니까 좋은 거 해’라고 하지만 그 ‘좋은 거’의 기준이 도무지 서질 않는다. 화려한 비즈가 박힌 드레스를 입었을 때 반짝이는 건 예쁘지만,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디테일을 보면서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샵을 나올 때마다 ‘아까 거기서 입어본 게 더 나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실 결혼 준비라는 게 내 취향보다는 남들 시선이나 샵의 추천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 것 같다. 지금도 드레스 사진첩을 다시 열어보는데,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겠다. 내일은 또 다른 샵을 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어색하고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정답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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