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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계약하고 오니 통장 숫자가 낯설어진다

홀 예약하는데 들어가는 첫 돈의 무게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역시 돈이었다. 웨딩 카페를 눈팅할 때는 다들 무슨 2천만 원, 3천만 원 이야기를 하길래 막연히 ‘그렇구나’ 싶었는데, 막상 상담실에 앉아 대관료와 식대를 적힌 종이를 받아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청량리 근처에 있는 웨딩홀 몇 곳을 다녀봤는데, 위치가 애매하면 싸겠지 싶었던 내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적당히 깔끔한 곳을 찾으려니 대관료만 해도 350만 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식대도 인당 7만 원대는 기본으로 넘어가고, 여기에 주류 포함에 부가세까지 붙으니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이 떨렸다. 예식장 계약금만 걸었는데도 벌써 큰돈이 나간 기분이라 그날 저녁에는 남자친구랑 말없이 밥만 먹었다. 이게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스드메라는 거대한 벽

홀을 잡고 나니 바로 다음 숙제는 ‘스드메’였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이름도 참 예쁘게 지었다 싶으면서도, 왜 이 세 가지를 묶어서 패키지로 파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갔다. 요즘은 가격 공개가 의무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상담받으러 가서 견적서를 보면 어디서 어떤 항목이 추가되어 금액이 뛰는 건지 설명 듣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예전에는 그냥 드레스 한 벌 빌리는 게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 앨범 사진 몇 장 찍고 메이크업 받는 데 드는 비용을 합치니 웬만한 가전제품 하나 값이 훌쩍 넘는다. 나는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싶은데, 그 ‘만큼’의 기준이 왜 이렇게 높은지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화려한 스튜디오 샘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걸 해야 하나 싶다가도 예산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청첩장 모임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홀과 스드메 비용만 계산하고 좋아했는데, 주변 지인들한테 청첩장 돌리는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걸 어제 알았다. 예전에는 밥 한 끼 사면 그만이었는데,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1인당 적정 비용을 4만 원 정도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10명만 만나도 40만 원이다. 결혼식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300만 원은 우습게 깨질 것 같다는 선배의 말이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내 상황이 될 줄이야. 직장 동료부터 친구들까지 다 챙기려면 주말마다 약속 잡고 지갑 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게 축하를 받는 건지, 아니면 내 지갑을 축내는 건지 잠깐 헷갈릴 지경이다.

사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고민되는 마음

최근에 친구가 500만 원 정도 들여서 아주 작게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만 찍고 가까운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였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솔직히 좀 부러웠다. 우리는 벌써 예식장 비용에 보증 인원 맞추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그 친구는 그 돈으로 가구라도 좋은 걸 샀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미 계약금은 걸었고, 부모님 체면도 생각해야 하니 다시 되돌리기도 늦었다. 가끔은 ‘그냥 다 취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특별한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결혼 준비 과정 하나하나가 왜 이렇게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예식일까지의 막막함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통장 잔고는 줄어드는데, 챙겨야 할 목록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웨딩 카페에는 맨날 ‘이거 저렴한가요?’, ‘호갱 당한 것 같아요’라는 글이 올라오는데, 나도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남들 다 하는 거니까 나도 해야지 싶으면서도, 진짜 이게 나한테 필요한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그냥 무사히 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이나 다녀오면 다 잊힐까. 지금은 그냥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준비하는 동안 소소한 다툼도 늘었고, 가끔은 ‘우리가 지금 뭘 위해 이렇게 돈을 쓰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 주에는 웨딩드레스 가봉하러 가기로 했는데, 막상 입어보면 기분이 나아질지, 아니면 추가 비용에 또 우울해질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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