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웨딩박람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주말에 늦잠을 좀 자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서 결국 웨딩박람회에 다녀왔다. 사실 처음부터 거창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입구부터 플래너들이 정말 많았고, 다들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뭐 하나 물어보려고 하면 바로 상담 테이블로 안내해주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롯데하이마트 역곡점 같은 곳에서 가전 상담을 받으러 갔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밀착 마크를 당했다. 가전이야 제품 스펙 비교하면 그만이지만, 웨딩패키지는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계약하는 기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스드메 패키지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상담을 몇 번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드메 이야기가 나왔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합쳐서 대충 500만 원 내외면 하겠지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드레스 샵을 어디를 고르느냐, 스튜디오 촬영 작가님을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어떤 곳은 오프숄더 웨딩드레스 하나 추가하는 데도 비용이 꽤 붙어서 놀랐다. 예전에는 그냥 드레스면 다 같은 드레스인 줄 알았는데, 벨라인이니 머메이드니 하는 것들까지 따지다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평균적으로 479만 원 정도가 든다는 글을 본 적은 있지만, 막상 내가 마주한 견적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숫자였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 문제는 끝이 없다
스드메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역시 예식장이었다. 서울 강남권 예식장은 식대만 8만 8천 원을 웃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득해졌다. 하객이 200명만 와도 식대만으로 천만 원이 넘어가는데, 여기에 대관료까지 더하면 예산이 어떻게 잡힐지 감이 안 왔다. 요즘은 스몰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많다던데, 막상 찾아보면 원하는 날짜는 이미 다 마감인 경우가 허다하다. 블루미파티하우스 같은 곳이 유명하다고 해서 알아보기도 했는데,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예식 규모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고민이 깊어졌다. 식대가 6만 원 근처인 곳을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이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게 만들었다.
부모님과 나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상견례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사실 예식장보다는 축의금이나 하객 규모에 대한 것이었다. 어른들은 그래도 예식장이 좀 번듯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고, 나는 굳이 1천만 원 가까운 돈을 예식장에 쏟아붓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다. 500만 원 정도의 가성비 결혼식 사례를 보여드려도 영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샘 같은 곳에서 가전 패키지로 할인받는 건 좋아하시면서, 정작 결혼식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끼기 어렵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결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만 맴돌 뿐이다.
여전히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박람회에서 받아온 브로슈어들이 책상 위에 한가득 쌓여 있는데, 이걸 다 훑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나를 정하면 다른 게 문제고, 그게 괜찮다 싶으면 예산이 초과된다. 웨딩패키지 업체들이 주는 혜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내가 내는 돈에 포함된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내일은 좀 더 차분하게 예산안을 다시 짜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냥 다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작년에 다들 했던 그 패키지를 그냥 계약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만 남는다. 결혼 준비가 원래 이렇게 감정 소모가 큰 과정인지 처음 알았다.

저도 비슷하게 예식장 견적 보고 완전 멘붕 온 적 있어요. 대관료랑 식대 합算하면 상상 이상으로 비싸더라구요.
드레스 가격 차이 때문에 머리 아팠던 경험이 있었어요. 벨라인과 머메이드의 퀄리티 차이를 직접 느껴보니, 예산 계획이 훨씬 빡빡해지더라구요.
사진들 보니까 예식장 가격 때문에 정말 속상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결국 축의금에 집중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는 걸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