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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 넘게 쓴 정장 가봉 날 나는 왜 불안했나

어쩌다 보니 비스포크로 시작하게 된 예복 상담

결혼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남들이 다 하는 거,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것들을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기분이었다. 인천 예복 샵을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솔직히 처음에 들어갔을 때 나는 여기가 비스포크인지 반수제인지도 구분 못 했다. 그냥 분위기 좋은 곳에서 상담받고, 원단 고르고, 계약서에 사인하면 다 끝날 줄 알았지. 결국 330만 원 상당의 웨딩 패키지를 계약했는데, 그때는 그게 적정한 가격인지조차 가늠이 안 됐다. 옆에 있던 예랑이는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 주는 편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수입 원단이라면서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조명 아래서 보니까 다 좋아 보이긴 하더라.

생각보다 자주 들락거려야 했던 매장

한 번 계약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치수를 재러 가고, 다시 가봉 보러 가고, 또 언제는 단추 위치 확인하러 오라고 하고. 평일에 퇴근하고 가려면 정말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특히 우리 집에서 샵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퇴근길 교통 체증을 뚫고 가면 이미 기운이 다 빠져있다. 로그에이 같은 곳은 후기가 좋아서 갔는데, 막상 가봉 날 직접 입어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내 몸에 맞춘 건데 어딘가 묘하게 어색한 핏이랄까. 거울을 보면서 이걸 ‘원래 이런 건가’라고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그냥 조용히 있게 되더라.

완성된 옷과 묘한 이질감

결혼식을 올리고 사진이 나왔는데, 앨범을 넘기다가 문득 멈칫했다. 정장 소매 기장이나 어깨 라인이 내가 기대했던 그 모습이랑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업체 측에서는 이게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막상 사진 속에 박제된 내 모습을 보니 고민이 깊어졌다. 돈은 돈대로 썼는데, 왜 사진 속의 나는 조금 불편해 보이는 걸까. 사실 스튜디오 사진은 보정으로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고 치지만, 본식 앨범은 보정조차 제한적이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300만 원이 넘는 패키지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히 옷 한 벌 사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소모품처럼 느껴지는 웨딩 준비의 과정들

웨딩 드레스 대여 비용이나 스튜디오 촬영까지 더하면 들어가는 돈이 정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즘은 LG전자 베스트샵 같은 곳에서 가전 패키지 상담도 많이 하던데, 예복도 그런 공산품처럼 묶여서 돌아가는 기분이다. 가전이야 성능이라도 확실하지, 맞춤 정장이라는 건 내가 제대로 고른 건지 아닌지 끝까지 확인하기가 참 어렵다. 완성도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고, 환불을 요구하는 건 더더욱 엄두가 안 난다. 결혼식이라는 행사가 끝나고 나면, 이 비싼 옷을 과연 일상에서 얼마나 입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왠지 모를 찜찜함은 남겨둔 채

최근에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정장 어디서 했냐고 묻길래, 차마 내 경험을 자신 있게 추천해주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어디 다른 곳이 더 낫다고 말할 자신도 없다. 그냥 그날의 공기, 상담받던 샵의 조명, 그리고 가봉 날 거울 앞에서 느꼈던 그 미묘한 불만족 같은 것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만족하는 것 같은데, 나만 너무 예민한 건지 가끔 혼자 되묻곤 한다.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결혼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이런 작은 마찰들이 이상하게도 식 이후까지 길게 이어지는 기분이다. 다음에 만약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아마 좀 더 단순하고 명확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정작 그날이 오면 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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