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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스몰웨딩 하려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온 날

강남 어디가 스몰이고 어디가 거대한 건지

주말 내내 강남 일대를 돌아다녔다. 원래는 좀 작게,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밥 한 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 처음에 생각했던 건 한 100명 정도 들어가는 깔끔한 공간이었다. 이름은 스몰웨딩인데 막상 연락해서 물어보면 기본 보증 인원이 150명은 우습게 넘어가고, 거기다 강남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대관료만 해도 수백만 원을 가볍게 찍더라. 강남 스몰웨딩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나오는 곳들을 대여섯 군데 가봤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스몰’이랑 업체가 말하는 ‘스몰’의 개념 자체가 아예 다른 것 같았다. 어떤 곳은 그냥 좁은 공간에 의자만 다닥다닥 붙여놓고 스몰웨딩이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그 가격이면 그냥 일반 큰 웨딩홀 가서 밥 맛있게 먹이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대관료와 식대 사이의 기묘한 압박

한곳은 꽤 정원 느낌이 나고 괜찮았는데, 예식 시간 제한이 너무 짧았다. 2시간 30분 정도였는데, 준비하고 손님 맞이하고 식 끝나면 쫓겨나듯이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가격은 식대 포함해서 인당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꽃 장식 비용은 별도로 수백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하니 머리가 띵했다. 아니, 꽃값만으로 중형차 한 대값은 우습게 빠지겠더라. 견적서를 받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그냥 종이 한 장에 적힌 숫자들인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지. 식대가 비싼 건 둘째치고,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더 짜증 났다. 특정 업체를 써야 한다거나, 특정 꽃집을 강제로 써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들이 너무 많았다.

펜션 예식이나 야외 공간은 어떨까

그래서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 볼까 싶어서 안양 근처나 외곽의 펜션 예식 같은 것도 찾아봤다. 사진으로 보면 참 평화롭고 예쁜데, 막상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비가 오면 어쩌나, 주차는 다들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펜션 대여료는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대 정도로 나쁘지 않았지만, 거길 예식장처럼 꾸미는 건 순전히 우리 몫이었다. 음향 장비부터 의자 대여, 케이터링 업체 섭외까지 다 따로 알아보려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예전에 친구가 교회 웨딩을 하는 걸 본 적 있는데, 그때도 예식 준비하느라 몇 달 동안 고생했던 게 떠올랐다. 단순히 공간만 빌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혼수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사실 혼수 비용이나 다른 큰 돈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예식장 비용이 제일 아깝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결혼의 규모 차이도 여기서 충돌이 난다. 우리는 그냥 식사하고 인사나 나누고 싶어 하는데, 어른들은 그래도 번듯한 곳에서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신다. 번듯한 곳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호텔 예식장 같은 곳은 가보지도 않았지만, 대충 들어보니 기본이 수천만 원 단위라 애초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광주 스몰웨딩 사례나 지방 공공 예식장 활용 사례 같은 것도 찾아봤지만, 우리가 사는 서울에서는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은 아니었다.

그냥 식이나 올리고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어제는 예식장 투어 마치고 집에 와서 피로연 드레스나 인터넷으로 구경했다. 비싼 수입 드레스 말고 그냥 적당히 흰색 원피스 사서 입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그것도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평생 한 번뿐인 날이라는 말이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든다. 평생 한 번이라니, 그만큼 잘하고 싶기도 한데 또 한편으론 적당히 넘기고 싶은 마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오늘 밤에도 카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강남 스몰웨딩 비추’ 같은 글들만 찾아보고 있다. 결국은 비용이랑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건데, 그 타협점이 도대체 어디쯤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갈까 싶다가도, 막상 그러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내일은 종로 쪽 한복 집이라도 한번 둘러볼까 싶은데, 거기도 가면 또 예식장 상담이랑 비슷한 기분이 들까 봐 벌써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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