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투어만 하면 왜 다들 단독홀이라고 하는지
결혼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참 순진했던 것 같다.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크게 욕심 안 부리고 적당히 하자는 마음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웨딩홀 투어를 다녀보니 ‘단독홀’이라는 단어가 정말 마법의 주문처럼 쓰이더라. 강남에 있는 하우스 웨딩홀부터 서울역 근처의 이름 모를 컨벤션까지, 입구에 들어서면 상담 실장님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우리 홀은 단독홀이라서 복잡하지 않아요”였다. 사실 가보면 층 하나를 통째로 쓰긴 하는데, 엘리베이터는 다른 층 예식 하객들이랑 섞여서 미어터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11억씩 투자했다는 대형 웨딩홀 뉴스도 봤지만,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1층 로비에서부터 엉키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싶다. 투어 다닐 때마다 3시간 간격이라고 강조하던 L컨벤션 같은 곳은 정말 여유로워 보였는데, 막상 또 좁은 골목에 주차난까지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졌다.
스몰웨딩은 정말 스몰일까
노블발렌티나 근교의 펜션 웨딩 같은 곳들을 찾아보며 로망을 키우기도 했다. 야외에서 바람 맞으면서 여유롭게 사진 찍고, 하객들 식사도 천천히 대접하는 그런 그림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일단 날씨 변수가 너무 크다. 비라도 오면 텐트를 치거나 실내로 급하게 변경해야 하는데, 그럼 처음에 상상했던 그 그림은 다 깨지는 거다. 스몰웨딩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꽃장식이나 대관료를 따져보면 인원수가 적을 뿐이지, 1인당 단가는 일반 컨벤션보다 훨씬 비싸지는 기이한 구조였다. 청주에 생긴다는 웨딩산 같은 곳들이 내세우는 하이엔드 미니멀리즘이 뭔지 대충은 알겠는데, 내 주머니 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하면 그것도 확신이 안 서더라.
강남 하우스 웨딩의 그 미묘한 불편함
결국 강남 쪽 하우스 웨딩홀 몇 군데를 다시 가봤다. 확실히 공장형 웨딩홀보다는 분위기가 따뜻하긴 하다. 남도형 성우 결혼식처럼 하객 라인업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직계 가족이랑 가까운 친구들만 불러서 하려고 했던 건데, 막상 식장 대관료가 800만 원에서 1,500만 원 사이를 오가니까 덜컥 겁이 났다. 식대도 만만치 않은데, 3시간 대관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앞 타임 사람들이 식사를 다 안 끝내고 로비에 남아있으면, 우리 하객들은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어야 한다. 이게 정말 프라이빗한 건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내 만족이 중요한 거라지만, 막상 돈을 쓰려니 기준이 자꾸만 흔들렸다.
펜션 예식과 야외 결혼식의 딜레마
야외 웨딩도 고민해 봤는데, 며칠 전 친구가 했던 펜션 웨딩을 보고 마음을 조금 접었다. 장소는 예뻤는데,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길부터 이미 땀 범벅이 된 하객들을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서울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대절 버스까지 불러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시간도 그렇다. 보통 야외는 2부 예식까지 길게 잡아서 4~5시간씩 쓰기도 한다는데, 그 긴 시간 동안 하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일이었다. 사진만 예쁘게 나오면 뭐 하나 싶기도 하고, 부모님들은 “왜 굳이 밖에서 고생하냐”라고 하시고. 결국은 누굴 위한 결혼식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다
아직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어디는 주차장이 800대라 좋고 어디는 밥이 맛있어서 포기하기 힘들고. 누군가는 ‘어차피 하루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평생 한 번인데 제대로 해야지’라고 말한다. 2027년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곳들을 보며, 나는 도대체 뭘 망설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단독홀이라서 선택했는데 막상 가보면 다른 팀 하객들 때문에 눈치 보게 될까 봐, 아니면 너무 프라이빗해서 내 하객들이 심심해할까 봐. 이 고민의 끝이 명확한 정답이 아닐 거라는 건 알지만, 오늘도 웨딩홀 카페 후기들만 괜히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또 다른 곳을 가봐야 하는데, 벌써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