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그냥 좀 휑한 기분으로 대구웨딩박람회일정을 찾아보고 엑스코로 향했다. 솔직히 말해서 결혼이란 게 그냥 식 올리고 서류 정리하면 끝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어릴 땐 결혼식장 하면 그냥 버진 로드 길고 꽃 장식 화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뭐 하나 예약하려고 해도 무슨 암호 풀듯이 복잡하다.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그 묘한 열기와 상담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덜컥 겁부터 났다.
상담 창구마다 붙잡혀서 쏟아지는 정보들
박람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정신이 없었다.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대구웨딩홀추천이나 몇 군데 받아보자’ 하고 갔는데, 앉자마자 플래너분이 거의 10년 차 전문가 포스를 풍기며 견적서를 내미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대구 시내 괜찮다는 곳들 견적을 대략 들어보니 보증 인원 200명 기준으로 기본이 2천만 원 중후반대를 훌쩍 넘어가더라.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다들 이렇게 하니까 나만 안 하면 뒤처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상담 중에 서울웨딩홀 가격이랑 비교도 살짝 해봤는데, 사실 거기도 서울이라 비싸지, 대구라고 해서 딱히 ‘지역 물가’ 덕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선택지가 한정적이라 더 고민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식장 하나 잡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결국 몇 군데 후보지를 추려 나오긴 했는데, 사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뭐가 좋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화려한 브로슈어 사진만 잔뜩 들고 왔는데, 실제 방문해서 투어해보기 전까지는 그게 그거 같아서 답답하다. 예전에는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 대구 웨딩홀들은 오히려 리모델링을 엄청 해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곳들이 많았다. 근데 그런 곳들은 벌써 내년 상반기까지 황금 시간대 예약이 거의 다 차 있다니, 이건 무슨 수강신청도 아니고. 결국 밥이 맛있는지, 주차장이 널찍한지 같은 실질적인 정보는 인터넷 후기랑 내 발품에 달려있다는 게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40대 소개팅보다 더 어려운 결혼 준비의 현실
주변에 40대 소개팅을 나가는 지인들을 보면 정말 솔직하게 ‘조건’ 위주로 만남이 오간다고 한다. 어쩌면 결혼 준비도 딱 그런 것 같다.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준비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숫자와 자본이 오가는 비즈니스 미팅 같달까. 박람회에서 나오면서 옆에 있는 예비 배우자 얼굴을 보는데, 문득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잘살자’고 시작하는 건데, 준비하다가 서로 지쳐서 싸우는 커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까 상담받을 때 들었던 패키지 구성도 솔직히 우리한테 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들어간 게 많은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막연한 불안감과 현실적인 타협점 찾기
결국 박람회에서 계약은 안 했다. 뭔가 홀린 듯이 도장 찍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아서 일단 명함만 받아 들고 나왔다. 사실 대구웨딩홀추천 리스트를 봐도 우리가 원하는 건 그냥 ‘남들 다 하는 정도’의 깔끔함인데, 그 ‘정도’를 맞추는 게 제일 어렵다. 서울 살다가 대구로 내려온 친구는 예식장 알아보면서 ‘서울보다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고 하더라. 나 역시 딱히 정답을 찾은 건 아니다. 어쩌면 결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과정인가 싶다. 내일은 시간 내서 직접 현장 투어나 다녀와야겠다. 오늘 받은 견적서가 종잇조각이 될지, 아니면 진짜 우리 결혼의 시작점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조용히 치르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한 번뿐인 거 잘하고 싶은 마음 반이라서 매일 밤 머리가 복잡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