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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샵 몇 곳을 돌아보고 나니 예산이라는 게 참 의미가 없더라

처음엔 단순히 드레스 대여 비용만 생각했다

결혼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그렇듯 엑셀 파일부터 켰다. 대충 예산을 정하고 식대, 드레스, 스튜디오 등 항목별로 금액을 할당했다. 웨딩드레스 대여 비용은 뭐, 대충 200에서 300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곳을 하겠지 싶었는데 이게 완전히 오산이었다. 상담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니 추가금이 붙는 건 기본이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은 항상 ‘신상’이라며 기본 대여료에서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찍히더라. 강서구 쪽 웨딩홀을 알아보다가 수서 쪽 노블발렌티 같은 곳도 둘러봤는데, 홀 분위기에 따라 드레스 느낌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예산은 이미 처음 세운 계획에서 1.5배는 훌쩍 넘어버렸는데, 이걸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할지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든 감당할지 고민만 길어지고 있다.

고소영 영상 보고 드레스 로망을 가졌던 내가 밉다

며칠 전 고소영 씨가 16년 만에 다시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은 영상을 봤다.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 나도 저런 실루엣의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품었나 보다. 어제 웨딩드레스 샵 투어를 다녀왔는데, 거울 속의 나는 고소영이 아니라 그냥 어색하게 핀을 꽂은 예비 신부일 뿐이었다. 연예인들이 입는 드레스는 원단부터 다르다는 말을 실감했다. 샵 원장님이 웃으며 보여준 드레스는 화려함의 극치였지만, 가격표를 가늠해보니 식대 예산을 줄여야 할 판이다. 아니, 요즘 식대가 정말 미쳤다. 호텔급은 고사하고 일반 예식장 식대만 해도 예전보다 꽤 올랐는데, 드레스에 욕심을 부리면 하객들 대접할 식사가 부실해질까 봐 그것도 걱정이다.

결혼지원금 같은 건 어디서 받는 건지 모르겠다

뉴스에서는 결혼지원금이다 뭐다 말이 많은데, 정작 내 현실에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그게 뭔데?’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다들 혼인 신고하고 나면 알아서 세제 혜택이 붙는다는 식인데, 당장 눈앞의 식대랑 드레스 대여비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막막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결혼식이라는 게 그냥 두 사람이 좋아서 하는 건데, 과정이 너무 행정적이고 상업적인 것 같아서 가끔은 회의감이 든다. 어제는 예랑이랑 드레스 샵 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사소한 걸로 투닥거렸다. 드레스 추가금을 낼 거면 촬영 스튜디오를 저렴한 곳으로 바꾸자는 내 말에 그게 말이 되냐며 서로 한숨만 쉬었다.

샵에서 예약 시간을 지키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드레스 샵 투어 예약 잡는 것도 일이다. 인기 있는 샵은 평일 낮에도 자리가 없어서 연차를 써야 한다. 어제 방문한 샵도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앞 타임 신부가 아직 상담 중이라 로비에서 꽤 오래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샵 안에 전시된 드레스들을 보는데, 갑자기 다 똑같아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인터넷으로 엄청 검색하면서 디자인 비교하고 그랬는데, 막상 현장에 있으니 뭐가 예쁜지조차 모르겠더라. 같이 간 친구가 옆에서 ‘이게 더 나은 것 같아’라고 말해줘도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당장 다음 주에 또 투어를 가야 하는데 벌써 지친다

다음 주에는 강남 쪽 샵을 세 군데 더 예약해뒀다. 투어 비만 해도 샵당 5만 원씩 나가는 거라 이게 쌓이면 꽤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이미 예약금을 걸어둔 곳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예비 남편은 그냥 적당히 하자는데, 막상 드레스 샵에 들어가면 자기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더 비싼 걸 보게 되는 게 참 우습다. 아마 다음 주 투어 때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지쳐서 돌아오겠지. 결혼하는 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들 이렇게 얼렁뚱땅 준비하면서 나중에 웃으며 이야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내일 출근할 생각에 벌써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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