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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투어 다음 날 아침이 왜 이렇게 무거웠을까

처음엔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건지 궁금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는 답답함이었다. 대구에서 예식장을 잡고 나서 바로 스드메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는데, 사실 로망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무난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웨딩페어에 한 번 다녀오고 나니 머릿속이 더 헝클어졌다. 업체들은 다들 자기네가 제일 체계적이라고 하는데, 듣다 보면 다 비슷한 소리 같고 막상 상담실을 나오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플래너가 짜준 일정표를 보면 숨이 턱 막히는데, 이걸 다 해내는 사람들이 진짜 대단해 보였다. 누군가는 데콜테 관리를 십 회 이상 끊어야 본식 때 어깨선이 산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 돈으로 차라리 퀸침대를 좋은 걸로 바꾸는 게 남는 장사라고 했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남들은 어떻게 하나 귀가 팔랑거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신랑 예복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서성였던 이유

지난주엔 신랑 예복을 보러 학동 근처에 다녀왔다. 맞춤으로 할지 대여로 할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한 번뿐인데 싶어 맞춤 정장 샵에 들렀는데, 원단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이태리 원단이 어쩌고 영국 원단이 저쩌고 하는데, 사실 손으로 만져봐도 그게 그거 같았다. 견적은 120만 원에서 180만 원 사이를 오가는데, 이 돈이면 본식 스냅에 더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예랑이는 옆에서 좋다고 하는데, 나는 왜 자꾸 계산기만 두드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결국 당일 결정은 못 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샵이 당일 계약 혜택이 꽤 컸다는 말을 듣고는 괜히 찝찝한 마음만 남았다. 이런 게 쌓여서 나중에 결혼 준비하다가 울컥한다는 선배 신부들의 마음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본식 스냅과 웨딩 영상의 딜레마

사진과 영상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저렴한 곳을 찾자니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유명한 곳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1년 전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에 기가 찼다. 대구 지역 스냅 업체 몇 군데에 문의를 넣어봤는데 가격대가 정말 천차만별이다. 80만 원짜리부터 300만 원까지 있는데, 결과물을 봐도 내 눈엔 다 비슷해 보인다. 어차피 앨범은 신혼집 구석에 박혀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 큰돈을 써야 하나 싶으면서도 막상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예쁜 사진들을 보면 또 마음이 흔들린다. 이게 다 마케팅인 걸 알면서도 당하는 기분이랄까. 영상 촬영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1인 작가가 찍어주는 감성 영상이 유행이라는데, 그것도 결국엔 다 기록일 뿐인데 왜 이렇게 고르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꼭 필요한 것만 하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갔나

처음엔 폐백도 생략하고 자잘한 예물도 다 빼고 꼭 필요한 것만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남들 다 하는 거’를 안 하면 나중에 서운할까 봐 자꾸 하나씩 리스트에 추가하게 된다. 스몰 웨딩 레스토랑을 알아보다가도 결국 하객 수 때문에 큰 웨딩홀로 돌아오게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니 피로도가 상당하다. 어제는 엄마랑 통화하다가 괜히 짜증을 냈는데, 이게 다 결혼 준비 때문인지 그냥 내가 예민해진 건지 모르겠다. 예비 신부들이 겪는다는 그 오묘한 감정 기복이 벌써 시작된 건지, 아니면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 그런 건지, 그냥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또 오늘 오후에는 드레스 샵 예약 시간이 잡혀 있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야 한다. 이 과정이 다 끝나면 기억에 남기는 할까, 아니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간들로 남을까. 사실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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