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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투어 하다가 현타가 와서 그냥 종아리 관리나 받고 왔다

드레스 샵 조명이 너무 밝아서 생기는 일

주말에 드레스 투어를 다녀왔다. 결혼 준비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사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지치는 일이었다. 강남에 있는 샵 세 군데를 예약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거기는 건물마다 웨딩 샵이 몰려 있다. 첫 번째 샵에 들어갔을 때 느낀 건 ‘아, 여기 조명 정말 밝구나’였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는데 평소에 신경 안 쓰던 얼굴 윤곽이나 출산 후에 도무지 안 빠지는 뱃살 같은 게 조명 아래서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샵 직원분들은 너무 친절하게 ‘신부님, 이 드레스가 라인을 예쁘게 잡아줘요’라고 말했지만, 내 눈에는 그냥 꽉 끼는 천 조각일 뿐이었다. 내가 샵 투어 다니려고 쓴 대관료나 투어비만 합쳐도 대충 20만 원은 훌쩍 넘었는데,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내가 드레스를 입는 건지 드레스가 나를 조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수원 공공예식장이 자꾸 생각나는 밤

최근에 뉴스를 보다가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예식장 관련 기사를 봤다. 광교역사공원이나 일월수목원 같은 곳에서 예식을 올리면 대관료가 거의 0원에서 15만 원 수준이라더라. 내가 지금 강남 한복판에서 드레스 입어보겠다고 땀 흘리는 시간 동안, 어떤 사람들은 훨씬 합리적인 예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현타로 다가왔다. 야외 웨딩이 요즘 유행이라지만 사실 날씨 변수도 크고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왜 나는 남들 다 하는 루트대로 샵을 돌아다니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다 취소하고 공공예식장으로 돌릴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런 고민 자체가 참 나약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결혼 준비는 처음이니까.

너무 피곤해서 예약해버린 관리

두 번째 샵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도저히 세 번째 샵까지는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퉁퉁 부어있고, 구두를 신고 종일 돌아다녔더니 발바닥부터 종아리까지 감각이 없었다. 급한 마음에 근처에 있는 강남 피부관리샵을 검색해서 예약을 잡았다. 사실 피부 관리라기보다는 다리 붓기 좀 빼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1회 비용이 15만 원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이 돈이면 결혼식 날 아침에 맛있는 걸 사 먹거나 소소한 용품을 더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당장 내 다리가 너무 아프니 그게 눈에 안 들어왔다. 관리사님이 들어오셔서 ‘신부님, 종아리가 많이 뭉치셨네요’라고 말하는데,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서럽던지. 그냥 평범한 일상 속에서 종아리 관리받으며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으니 이게 결혼 준비인지, 아니면 그냥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과정인지 구분이 안 갔다.

셀프 웨딩을 꿈꿨던 예전의 나

결혼 준비 초반에는 셀프 웨딩도 알아보고 스위스나 프랑스 같은 곳으로 신혼여행 루트를 짜면서 정말 행복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정이 닥치니 이동 시간 체크하느라 스트레스받고, 예산 맞추느라 카드 명세서 보면서 한숨 쉬는 내 모습이 참 낯설다. 우리카드를 쓰면 조금이라도 혜택이 있을까 싶어 ‘카드의정석2’ 같은 상품을 찾아보고, 예물 하나를 골라도 28주년 프로모션을 하는 도쿄앤펄 같은 곳을 뒤지는 내 모습이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예비 신부의 모습은 아니었다. 뭔가 더 낭만적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긴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노동 같다.

앞으로 남은 시간과 불안함

결혼식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직 준비 안 된 것들이 너무 많다. 이제 샵 투어는 끝냈으니 본식 드레스를 골라야 하고, 가전도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장 내일 해야 할 일보다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건지, 아니면 다들 웃으면서 준비하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씻고 좀 자야겠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다른 미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뱃살은 안 빠지고 시간만 흐르는 것 같아 조금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데, 아마 결혼식 끝날 때까지 이 마음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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