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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박람회에서 패키지를 계약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처음 가본 박람회 분위기가 낯설어서

주말에 코엑스 근처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에 다녀왔다. 사실 처음부터 패키지를 덜컥 계약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남들 어떻게 준비하나 구경도 하고, 드레스는 어떤 분위기가 요즘 인기인지 실물로 좀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입구부터 상담 테이블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플래너분들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분위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견적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왠지 나만 아무 준비 없이 멍하니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등 떠밀리듯 어느 한 곳에 앉아 상담을 시작했다. 노블발렌티삼성 같은 곳이 워낙 유명하니까 그런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박람회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북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패키지라는 이름의 마법 같은 견적서

상담해주신 분이 건네준 패키지 내용을 보니 웨딩드레스 업체부터 스냅 촬영, DVD까지 한 번에 묶여 있었다. 하나씩 따로 알아보려면 발품 파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토탈’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이 컸던 것 같다. 대략적으로 4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를 오가는 금액대가 적혀 있었는데, 당장 오늘 계약하면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낱개로 하면 스냅 촬영만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패키지로 묶으면 왠지 손해 보지 않는 장사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 왜 그렇게 조급했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명확히 무엇이 이득인지 알 수 없는데, 일단 계약금을 걸어두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촬영과 드레스 선택이 남긴 숙제

이미 계약은 했지만 사실 걱정은 이제부터다. 패키지에 포함된 드레스 샵 중에서 내가 정말 입고 싶은 브랜드가 있을지, 촬영 스냅은 내 취향대로 자연스럽게 나올지 의문이다. 웨딩드레스 샵을 지정할 때도 인기 있는 곳은 이미 예약이 꽉 차서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내 의지보다는 패키지 구성 안에서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친구들은 스냅 가격을 꽤 비싸게 주고 따로 불렀다던데, 나는 패키지에 포함된 업체로 그냥 진행해도 괜찮은 걸까.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합성해주는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그런 걸 보면 너무 성급하게 큰돈을 쓴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르 시엘 31 같은 호텔 예식은 꿈일 뿐일까

박람회에서 상담받으면서 잠깐 언급했던 호텔 웨딩 이야기들도 떠오른다. 고층 연회장에서 진행하는 르 시엘 31 같은 곳은 상담 비용이나 공간 투어 예약부터가 남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는 소박하게 준비하려고 했지만, 박람회장의 화려한 홍보물들을 보고 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들을 자꾸 보게 되니까 기본적인 패키지조차 초라해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다. 결국 나는 패키지의 편리함을 선택했지만,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벌써 예식까지 몇 달 남았는지 세어보게 되는데, 이게 준비인지 아니면 숙제를 하나씩 처리하는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묘한 공허함

집에 돌아와 계약서를 다시 훑어봤다. 계약금은 넣었으니 이제 업체들을 하나씩 확정해야 하는데, 막상 홈페이지 사진을 봐도 내 결혼식이 어떤 모습일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웨딩플래너는 우리가 원하는 서사를 담아주겠다고 했지만, 수많은 커플 중 한 명으로 상담받고 나온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박람회장에서 서너 시간 동안 서 있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덜컥 계약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어쩌면 그래도 똑같이 계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도 다 이렇게 준비하고, 결국엔 다들 식을 올리니까.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게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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