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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메이크업샵 예약금 입금하고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어차피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싶었던 날

처음엔 그냥 플래너가 추천해 주는 곳으로 덜컥 계약하면 그만일 줄 알았다. 스드메 견적을 처음 받아본 날, 그 금액대가 생각보다 너무 높아서 며칠을 멍하게 보냈다. 다들 이렇게 수백만 원씩 쓰고 시작하는 건가 싶어서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잠깐 고민했던 게 바로 셀프 웨딩이다. 직구로 드레스를 사고, 메이크업도 신촌 근처의 데일리 메이크업 샵에서 받으면 훨씬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다. 사실 유튜브에서 셀프 웨딩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몇 개 보고 나니, 내가 해도 비슷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날짜가 다가오니까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 괜히 사진에서 촌스럽게 나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거다.

청담동 샵 분위기에 압도되던 순간

결국 청담동에 있는 메이크업 샵 몇 곳을 상담받으러 다녀왔다. 예약금은 대략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선입금해야 상담이 가능했다. 샵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데일리 메이크업을 받으러 갈 때랑은 공기부터가 다르달까. 조명이 너무 밝아서 내 얼굴의 잡티가 하나도 안 숨겨지는 기분이었다. 실장님들이 내 얼굴을 보면서 여기는 좀 더 채워야 하고, 저기는 음영을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 역시 전문가에게 맡겨야겠구나’ 하고 납득해버렸다. 예산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그래도 안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출장 메이크업이나 섬 촬영 프로젝트처럼 현장으로 찾아오는 서비스도 잠깐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익숙한 거울 앞이 아닐 때 발생할 변수가 걱정되어 포기했다.

한복 머리와 본식 메이크업의 딜레마

중간에 한복을 입고 찍는 컷 때문에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할지 한참 고민했다. 업스타일은 너무 나이 들어 보일까 봐 걱정이었고, 그렇다고 풀고 찍자니 깔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샵에서는 당연히 본식 메이크업이랑 헤어를 패키지로 묶어서 제안하는데, 한복에는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다. 결국 상담 내내 질문보다는 ‘네, 그래요’만 반복하다 온 기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을 사진으로 보여줘도, 그 실장님들은 ‘신부님 얼굴형에는 이게 더 나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 분위기에서 토를 달기가 어려웠다. 결과물이 잘 나오기만 하면 다행인데, 내 얼굴이 내가 아는 내 얼굴이 아닐까 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셀프의 매력과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

셀프로 다 해결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드레스도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10만 원대에 구매하고, 부케도 중고 거래로 구해서 촬영했다는 이야기들을 보면 나도 좀 더 용기를 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메이크업만큼은 왜 이렇게 포기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샵에서 공시된 가격표를 보면 결코 저렴한 금액이 아닌데, 촬영 날 아침에 샵에서 보낼 3시간을 생각하면 또 돈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웨딩플래너가 제안하는 패키지 가격이 200~300만 원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그중 메이크업 비중이 상당하다. 이 비용이면 가전제품을 한두 개 더 살 수 있을 텐데.

마무리되지 않은 찝찝함

예약금을 걸고 샵을 나오는데, 마음이 후련하기보다는 오히려 찝찝했다. 내가 너무 기계적으로 계약을 해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 스드메 업체들이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정말 이 샵이 나랑 잘 맞는 곳일까? 아니면 그냥 청담동이라는 이름값에 홀려서 예약금을 넣은 걸까? 촬영 날 샵 의자에 앉아서 거울 속의 나를 봤을 때, 어색해서 웃음이 터져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든다. 남들은 다들 행복하게 준비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소소한 비용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어쨌든 날짜는 잡혔고 메이크업샵 예약도 끝났으니, 이제는 그냥 잘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촬영 때 표정이 어색해서 사진을 망치면 보정으로 다 해결될 문제인가. 이 고민이 본식 때까지 이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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