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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어딘가에서 한복 입고 서성이던 기억

처음엔 막연하게 호텔 예식을 생각했다

결혼 준비라는 게 참 이상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호텔 웨딩, 그것도 라마다호텔웨딩 같은 곳에서 화려하게 하면 남들 보기에도 좋고 나도 공주가 된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청담 근처 예식장을 몇 군데 돌아다녀 보니 견적이 대충 눈에 들어왔는데, 보증 인원 몇 명에 식대 얼마, 그리고 대관료까지 합치니까 그냥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밥값이 인당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내가 먹을 시간은 있을까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돈이면 가구라도 더 좋은 걸로 바꿨을 텐데, 부모님 체면 때문에 무작정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웃겼다.

드레스 투어는 생각보다 지치는 일이었다

드레스 샵을 네 군데 정도 돌았다. 빅사이즈 드레스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다. 웨딩토탈샵에 가면 예쁜 드레스는 보통 55 사이즈가 기본이라, 내 몸에 맞추려면 수선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피팅비도 한 번에 5만 원씩 내야 하는데, 샵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어떤 곳은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럽고, 어떤 곳은 내가 옷을 입고 나오는데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해줘서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결국 고른 드레스는 어깨 라인이 강조된 실크 소재였는데, 막상 입고 보니 한복드레스 느낌도 나고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냥 지쳐서 빨리 끝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한복 코드를 고집했던 이유

요즘 결혼식장 가서 보면 하객들 다들 비슷비슷한 정장 차림이잖아. 나는 그게 좀 지루했다. 우연히 본 기사에서 하객 드레스 코드를 한복으로 정했다는 내용을 봤는데, 그게 그렇게 단아하고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스몰웨딩레스토랑을 빌려서 작게나마 한복 컨셉을 넣어볼까 고민했다. 근데 이게 웬걸, 양가 어른들이 난리가 났다. ‘결혼식은 격식이 있어야지, 무슨 잔치도 아니고 한복이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양보하고 양보해서 폐백 때만 입기로 했는데, 이럴 거면 왜 처음에 그토록 한복을 고집했나 싶어 허탈했다. 대여료만 해도 몇십만 원인데 말이다.

혼수가구 결정이 더 힘들었다

결혼식장 정하는 것보다 사실 가구 고르는 게 더 골치 아팠다. 침대 프레임 하나를 고르는데도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몇백만 원씩 나니까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다. 인터넷 카페 글들 보면 다들 자기들이 산 게 최고라는데, 막상 매장 가서 누워보면 다 비슷해 보이고. 결국 갤러리아 같은 백화점 웨딩 마일리지 쌓이는 곳 위주로 돌아다녔다. 그런데 왜 갈 때마다 상담받는 시간이 2시간씩 걸리는지 모르겠다. 가구는 한 번 사면 10년은 쓴다는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 지금 집에 잘 어울릴지 걱정만 늘었다. 냉장고나 스타일러 같은 가전도 그렇다. 다이슨 에어랩 같은 사은품 주는 곳에 혹해서 계약서 사인하고 집에 오면,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은 기분이 든다.

결국은 그냥 흐지부지 흘러간다

결혼 준비라는 게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얼마를 썼네, 어디가 좋네 해도 결국 자기 상황에 맞춰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과정 같다. 1억을 썼다느니 하는 기사들을 보면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나는 예식장 계약 변경 때문에 업체랑 통화하다가 스트레스받아서 며칠을 잠을 설쳤는데, 정작 당일이 되면 어떨지 감도 안 잡힌다. 아마 정신없이 지나가겠지. 예식장 예약금 넣어두고 식대 계산기 두드려보는 이 밤이, 나중에는 별것 아닌 추억이 될지 아니면 그냥 낭비의 기록으로 남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내일은 또 청첩장 업체 사이트나 들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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