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잡힌 상담 일정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본 웨딩 업체 광고에 홀린 듯 정보를 입력했다가 며칠 내내 광고 전화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그냥 한번 상담이나 받아볼까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강남에 있는 한 웨딩박람회 상담 센터에 예약을 잡았다. 사실 요즘 소규모 웨딩홀이나 스몰 웨딩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데, 상담을 예약하면서 입력한 예산 범위가 생각보다 좁았는지 상담사분의 목소리가 처음과는 조금 달라진 게 느껴졌다. 그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작정 나가보았다.
생각보다 컸던 웨딩 촬영 비용의 벽
도착해서 상담 테이블에 앉으니 태블릿으로 서울 웨딩 스튜디오 샘플 앨범을 잔뜩 보여주셨다. 앨범은 정말 예뻤다. 그런데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추가되는 옵션 비용이 장난이 아니더라. 앨범 페이지 수 추가, 야간 촬영, 원본 데이터 별도 구매 등등. 촬영 비용만 대략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선을 훌쩍 넘기는 게 기본이었다. 요즘 다들 이 정도 쓰면서 준비하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나는 그냥 깔끔하게 남기고 싶었을 뿐인데, 상담사님은 프리다브라이덜 같은 곳에서 드레스를 대여하면 더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결국 견적서를 받아 들고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날은 계약 없이 그냥 나왔다.
정장과 한복, 선택지의 늪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인천 맞춤 정장 샵들을 검색해 봤다. 사실 웨딩 플래너가 제안하는 제휴 업체들은 왠지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발품을 팔면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한복 웨딩드레스도 요즘 많이들 한다던데, 그걸 입으면 굳이 비싼 드레스 샵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신혼 그릇 세트부터 가전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리스트들 때문에 갑자기 숨이 막혔다.
박람회라는 이름의 피로감
예전에 부산 신혼여행 박람회에 잠시 들렀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그냥 가벼운 구경이었는데, 막상 내 결혼 준비가 되니 박람회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을 참 지치게 만든다. 다들 너무나 밝게 웃으면서 상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계약 조건이나 추가 비용들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피곤하게 했다. 플래너를 끼고 하면 편하다는 말은 사실일 텐데, 그 편안함의 대가가 얼마인지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기 싫어지는 기분이 든다.
결론 없는 고민의 반복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예산 범위 안에서 소규모 웨딩홀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다고 무작정 예산을 늘리자니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그냥 주말마다 여기저기 웨딩 관련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게 다인데, 이마저도 사실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결혼 준비가 이런 거라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들 끝까지 해내는 걸까. 어쩌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떨면서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일단 오늘은 그 견적서들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내일 다시 보면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웨딩드레스 입고 고민하는 모습이 꼭 현실 같네요. 한복 웨딩드레스도 좋지만, 예산 생각하면 오히려 더 고민될 것 같아요.
인천 맞춤 정장 검색하면서 한복 웨딩드레스도 고려하는 게 신기하네요. 예산 범위가 좁다고 느껴진 게 실제로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