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호텔 예식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일생에 한 번뿐인데 좀 더 대접받는 느낌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도 있었고, 양가 어른들도 조용하고 단독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셔서 일단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요즘은 상담 예약 잡는 것 자체가 전쟁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거의 3주 전에 미리 연락을 해서 간신히 주말 오후 시간에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서울드래곤시티였는데, 용산역 근처라 위치상으로는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나 서울 어디서 오든 접근성이 괜찮겠다 싶었다. 상담실에 앉아 웰컴 드링크를 마실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꽤 괜찮았는데, 매니저님이 보여주신 견적서 첫 페이지의 숫자를 마주하자마자 묘하게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신혼부부 둘이서 모아둔 예산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쉴 새 없이 덧셈을 반복해야 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기본료 외에 붙는 각종 추가 항목들이었다. 보통 호텔결혼식비용을 생각할 때 대관료랑 식대 정도만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가기 마련인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대 연출비, 음향 및 조명 장비 사용료가 기본으로 몇백만 원씩 조용히 붙어 있었고, 결정적으로 꽃 장식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기본형으로 들어가는 꽃 장식만 해도 최소 1,000만 원에서 시작해 조금 풍성하게 연출하고 싶다 하면 1,500만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꽃은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에게 포장해서 나눠주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고 설명해 주시긴 했지만, 단 몇 시간의 식을 위해 그 정도의 돈이 꽃에 쓰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다가 무대 중앙의 휘장이나 버진로드 커스텀, 포토테이블 데코레이션까지 전부 옵션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우리가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화려한 예식장의 모습은 결국 이 옵션들을 다 더해야만 완성되는 그림이었다. 외부 업체를 쓰려고 해도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조항을 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상담을 마치고 실제 예식이 진행되는 홀을 구경하러 이동했다. 하필이면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토요일 오후 2시쯤이라 한창 예식이 진행되고 하객들이 빠져나가는 복잡한 타이밍이었다. 용산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하객들에게는 편리해 보였지만, 자차를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진입로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호텔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우리도 주차장에 들어가는 데만 거의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주말이라 근처 아이파크몰이며 용산 일대로 유입되는 차량까지 꼬리를 물고 엉켜 있어서 운전해서 오는 하객들은 식도 시작하기 전에 진이 빠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친척 형이 수원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렸을 때 거기는 주차 공간도 넓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가까워 꽤 편하게 다녀왔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서울 한복판의 특급 호텔이라는 타이밍과 조건이 교통 체증이라는 실질적인 불편함 때문에 조금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호텔 예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3시간 정도의 여유로운 대관 시간이다. 일반 웨딩홀들이 60분에서 90분 간격으로 앞뒤 타임에 쫓기며 급하게 예식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대접받는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식대는 인당 15만 원에서 18만 원 선이었고, 여기에 세금과 봉사료가 각각 10%씩 별도로 붙었다. 게다가 음료와 주류 소비량은 당일 사용량에 따라 추가로 계산된다고 하니 하객들이 맥주나 와인을 얼마나 마실지조차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하객을 250명만 잡아도 식대만으로 일반 웨딩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메뉴가 코스 요리로 나오고 서빙을 일일이 해준다는 차별점이 있지만,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하객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그 비용 차이만큼 비례해서 클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상담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머릿속이 참 복잡했다. 매니저님은 오늘 바로 가계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의 골든 타임은 금방 마감될 거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셨지만,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차 안에서 남편과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거실 테이블에 호텔에서 받아온 팜플렛과 견적서를 펼쳐놓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결혼사진이나 웨딩촬영, 그리고 드레스와 메이크업까지 더해지면 전체 결혼 비용이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선을 아득히 넘어가게 된다. 문득 예전에 다녀왔던 경기광주돌잔치나 부모님 세대의 용인칠순잔치처럼 조금은 덜 격식 차려도 편하게 밥 먹고 이야기 나누던 소박한 행사들이 차라리 더 속 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 일생의 하루를 위해 이 정도 투자를 기꺼이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에게는 이 선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당장 내일까지 계약금을 넣어야 예약을 유지해 준다고 하는데, 여전히 견적서의 숫자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꽃 장식 비용이 진짜 상상 초월하더라고요. 저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예산 때문에 망설여지는 마음 이해가 가네요.
꽃 장식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희처럼 예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도 꼼꼼히 따져봐야겠어요.
경기광주 돌잔치나 용인칠순잔치처럼 단순한 행사들이 훨씬 마음 편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