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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계약 혜택에 쫓기듯 계약금부터 넣고 온 날의 찝찝함

결혼 준비의 시작을 웨딩박람회에서 어설프게 떼우려던 순간

처음에는 남들 다 하는 것처럼 그냥 주말에 뒹굴거리다가 인스타그램 광고에 뜬 웨딩박람회 신청 버튼을 누른 게 화근이었다. 뭐 대단한 정보가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시끄러운 행사장 안에서 플래너들이 늘어놓는 패키지 설명에 정신만 탈탈 털리고 돌아왔다. 귀가 얇은 편이라 덜컥 계약금을 낼 뻔했지만, 그래도 예식장만큼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그때는 홀 투어라는 게 이렇게 귀찮고 힘든 일인 줄 전혀 몰랐다. 그냥 마음에 드는 곳 몇 군데 골라서 주말에 슬쩍 다녀오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돌려보니 우리가 원하는 날짜는커녕 비어있는 상담 시간조차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다들 언제 이렇게 부지런히 준비하는 건지, 나만 세상 물정 모르고 넋 놓고 있었던 것 같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주말 상담 일정 잡기부터 삐걱거렸던 예약 과정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노블발렌티 삼성점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난관이었다. 주말 상담 예약을 잡는 데만 거의 3주가 걸렸다. 평일 퇴근 후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실제 결혼식이 진행되는 토요일의 번잡한 분위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 굳이 주말 시간을 고집했다. 매주 예약 오픈되는 요일에 맞춰 알람까지 맞춰두고 겨우 통화가 연결되었을 때는 무슨 대단한 수강신청에 성공한 것 마냥 안도감이 들었다. 결혼을 준비한다는 게 이런 자잘한 예약 전쟁의 연속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체감했다. 남들은 1년 전부터 웨딩홀 투어를 다닌다는데, 10개 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도 원하는 골든타임은 이미 다 차서 오후 늦은 시간이나 일요일 타임만 남아있다는 안내를 들었을 때는 맥이 좀 풀렸다.

삼성역에서 생각보다 애매하게 멀었던 노블발렌티 삼성 가는 길

투어 당일,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대중교통으로 오기 편한 곳이라는 후기를 많이 봐서 큰 걱정을 안 했는데, 삼성역 7번 출구에서 나와 걷다 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꽤 애매했다. 네이버 지도 상으로는 도보로 10분에서 15분 정도라고 나오지만, 날씨가 조금 덥거나 짐이 있는 하객들 입장에서는 꽤 멀게 느껴질 법한 길이었다. 걸어가면서 예비신랑과 둘이 “여름에 구두 신고 오면 하객들이 짜증 내겠는데?”라는 말을 몇 번이나 나눴다. 단독 건물이라 멀리서도 외관이 눈에 띄긴 했지만, 역 바로 앞이 아니라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는 하지만 타는 곳을 찾고 기다리는 번거로움 자체가 하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허들이 될 것 같아서 초반부터 고민이 깊어졌다.

채플식 단독홀이 주는 아늑함과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견적 압박

홀 내부로 들어가니 확실히 고급스럽고 아늑한 채플 분위기가 풍겼다. 일반적인 컨벤션 스타일의 어두운 홀과 비교했을 때, 층고가 높고 대리석 느낌의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첫인상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루에 예식이 몇 개 없는 단독홀이라서 로비가 덜 붐빌 것 같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상담실로 들어가 견적서를 받아 든 순간 머리가 차가워졌다. 대관료와 식대를 합치니 보증인원 250명 기준으로 대략 2천만 원 중후반대의 견적이 나왔다. 여기에 꽃 장식 추가 비용이나 필수 옵션 몇 개를 더하니 금액이 쑥쑥 올라갔다. 분명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봤던 평균 비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다. 상담 직원은 지금 당장 당일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이 혜택 가격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은근히 압박을 주는데, 머릿속으로는 예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나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굳이 뷔페가 아닌 코스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

여기는 뷔페 형식이 아니라 양식 코스 요리로 식사가 제공되는 곳이었다. 밥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어르신들이 오셨을 때 코스 요리가 입에 맞으실지, 양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솔직히 나조차도 결혼식에 가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가져다 먹는 뷔페를 선호하는 편이라, 코스 요리가 나오는 예식장에 초대받았을 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시식은 계약을 하고 나중에야 가능하다고 해서 당장 맛을 볼 수도 없으니, 상담 직원의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가 제공된다”는 말만 믿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 비용이 전체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하객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뒷말이 나올 것 같아 쉽게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다.

계약금을 걸고 나오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찝찝함

결국 당일 계약 혜택을 놓치기 아쉬워 일단 계약금을 이체하고 웨딩홀 문을 나섰다. 취소 수수료가 없는 기간이 꽤 넉넉하게 남아있어서 일단 안심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거웠다. 과연 이 금액을 주고 여기서 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조금 더 발품을 팔아서 가성비 좋은 다른 곳을 더 알아봐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남들은 결혼식장 계약하고 나면 큰 숙제 하나 끝냈다고 홀가분해한다는데, 나는 오히려 새로운 고민거리만 잔뜩 안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를 계속 검색해 보면서도, 이미 낸 계약금 영수증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일 계약 혜택에 쫓기듯 계약금부터 넣고 온 날의 찝찝함”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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