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친구들 몇 명 불러서 적당히 예쁜 카페 대관해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강남 근처 괜찮은 스튜디오는 대관료가 기본 4시간에 2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라. 브라이덜샤워 용품이랑 드레스 대여비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예산이 꽤 나가는 거다. 그래서 ‘그냥 우리 집 거실에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을까.
엉망이 된 배경 가리기와 이동식 가벽의 등장
문제는 우리 집 거실이었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TV 뒤편의 복잡한 전선들,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잡동사니들이 가득한 수납장이 영 거슬렸다.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배경에 걸릴 게 뻔했다. 예쁘게 꾸며진 브라이덜샤워 소품들이 널브러진 거실 짐들 사이에 묻히는 꼴을 볼 순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15만 원 정도를 들여 이동식 가벽을 주문했다. 가벽을 설치하면 깔끔한 배경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조립식 가벽이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아서 설치하는 데만 세 시간이 걸렸다. 설명서는 왜 이렇게 불친절한지, 나사를 하나 잘못 끼우면 전체가 휘청거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벽을 세우고 나니 이미 기운이 다 빠져버린 상태였다.
다이소에서 사 온 소품과 생각보다 컸던 미니왕관
배경은 어떻게든 가렸으니 이제 소품이 문제였다. 명품 드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기분은 내야겠어서 대여 사이트에서 8만 원 정도를 주고 원피스를 하나 빌렸다. 그런데 머리에 쓸 미니왕관이 생각보다 너무 작고 촌스러웠다. 다이소에서 급하게 사 온 풍선이랑 꽃 장식도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 느낌을 내려면 최소한 롤업배너거치대 같은 걸 설치해서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데, 우리 집 거실 천장이 낮아서 그런지 롤업배너 하나 세우니 거실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용 조명까지 세팅하니 여기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무슨 공사장 같아 보였다.
생각보다 불편했던 목공테이블 활용하기
파티용 테이블이 마땅치 않아서 평소 작업실에 있던 목공테이블을 거실로 끌고 나왔다. 원목 느낌은 좋은데 윗부분이 너무 거칠어서 예쁜 테이블보를 몇 겹이나 깔아야 했다. 이게 또 예쁘게 안 잡히고 자꾸 밀려서 양면테이프로 고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사실 브라이덜샤워는 그냥 깔끔한 곳 빌려서 몸만 가는 게 최고라는 말을 왜 진작 안 믿었을까. 목공테이블 닦아내고 가벽 설치하고, 배달 음식 시키고 정리하고 나니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지쳐서 웃음조차 잘 안 나왔다.
정작 중요한 촬영은 뒷전이 되어버린 파티
결국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다들 배고프다고 난리였다. 가벽 뒤에 숨겨둔 짐들이 쏟아질까 봐 조마조마하며 사진을 찍느라 표정이 다 어색하게 나왔다. 서울에서 브라이덜샤워 좀 한다는 곳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곳들은 이미 공간 자체가 세팅되어 있고 가벽 같은 걸 억지로 세울 필요도 없으니까. 우리는 파티 끝나고 가벽 분해해서 다시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두느라 새벽 2시까지 씨름했다. 롤업배너도 다시 감아서 챙겨두고, 빌린 옷은 얼룩 안 묻었나 확인하고. 이게 브라이덜샤워인지 노동 집약적인 행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쩌다 보니 남은 건 짐뿐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는 그때 산 가벽이랑 배너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다. 이걸 중고로 팔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버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사실 그냥 카페 대관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래도 뭐,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음식 나눠 먹던 그 순간의 분위기만큼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다만 다음번에 누가 또 브라이덜샤워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말릴 거다. 그냥 돈 조금 더 보태서 깔끔한 곳 빌려서 편하게 놀라고 말이다. 집은 그냥 쉴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집에서 하려고 하니 예상보다 준비물도 엄청나고, 공간 문제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구요. 특히, 갑자기 가벽까지 세우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