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나가려다 귀찮아서 인천에서 알아보기 시작한 이유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남자 예복이었다. 평소에 정장을 거의 입지 않는 직업을 가졌다 보니 맞춤정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심리적으로 꽤나 멀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다들 청담동이나 종로 쪽으로 서울맞춤정장 투어를 간다고 하길래 나 역시 주말 지하철 노선도와 지도를 보며 일정을 짜보았다. 하지만 왕복 이동 시간과 매장 대기 시간을 계산해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결국 내 생활 반경 안에서 해결하자는 생각에 인천예복 매장과 부천맞춤정장 쪽을 중심으로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어차피 결혼식을 올릴 식장이 송도메리빌리아로 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옷을 맞추고 수정을 위해 몇 번씩 가봉하러 가려면 무조건 접근성이 편해야 몸이 덜 피곤할 것 같았다. 지인들 중에는 파주맞춤정장까지 찾아가서 해결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게는 무리였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부천 중동리첸시아 근처나 인천 구월동 일대에 쓸만한 매장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쪽으로 예약을 잡았다. 서울에 가나 인천정장 숍을 가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을 가졌던 시기였다.
부천과 구월동 예복 매장을 직접 돌며 느낀 대기 시간과 주차 문제
주말 오후에 겨우 예약을 잡고 인천 구월동 예술회관역 근처에 있는 한 테일러숍을 찾아갔다. 서울 중심가보다는 덜 붐비겠지 싶었지만, 골목 안쪽에 위치한 매장이라 입구부터 주차 공간이 협소해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근처 공영 주차장에 유료로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갔다. 예약 시간보다 약 15분 일찍 도착했음에도 매장 내부에는 앞선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부부들이 꽉 차 있었고, 상담을 위해 거의 30분 넘게 대기실 소파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주말이라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매장 전체가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자 담당 직원이 이태리 원단과 영국 원단의 차이점에 대해 원단북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평소 정장 지식이 전무한 내 귀에는 부드럽고 가벼운 옷감과 빳빳하고 무거운 옷감 정도로밖에 구분이 되지 않았다. 확실히 규모는 서울 청담동의 대형 숍보다 작았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패키지나 상담 방식은 거의 비슷해 보였다. 다만 좁은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가봉용 옷을 입어보느라 탈의실 커튼이 쉴 새 없이 열리는 광경은 조금 신경이 쓰였다.
원단 선택과 100만 원대 패키지 계약 과정에서 겪은 혼란
상담원은 자연스럽게 대략 110만 원에서 130만 원 선의 기본 패키지를 추천해주었다. 여기에는 맞춤 셔츠 두 장과 타이, 그리고 촬영 시 필요한 남자예복대여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수제식 바느질과 반수제 공법의 차이에 따라 비용이 20만 원가량 차이가 났는데, 일 년에 정장을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한 나로서는 굳이 비싼 수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낭비처럼 느껴졌다. 직원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예식이라며 수제를 넌지시 권유했지만, 결국 내 고집대로 예산을 아끼기 위해 반수제 방식으로 타협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테일러분이 내 몸의 치수를 재기 시작하자 줄자가 몸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치수 측정이 끝나고 다음 단계인 가봉 날짜를 정하는데, 주말 예약은 이미 한 달 앞까지 다 밀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평일 오후에 연차를 쓰고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봉 한 번 하려고 월차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번거롭고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촬영용 대여 턱시도 피팅 때 발견한 소매와 바지 기장의 애매함
진짜 스트레스는 촬영용 턱시도와 대여복을 피팅하는 날에 찾아왔다. 내 체형에 맞춰 제작되는 맞춤 옷과 달리, 대여복은 매장에 미리 준비된 정해진 사이즈 안에서 대강 맞는 것을 골라 바지단과 소매 길이만 옷핀으로 고정해 주는 방식이었다. 하필 내 몸이 어깨 너비에 비해 팔 길이가 조금 긴 편이라 기성복 사이즈를 맞추기가 무척 애매했다. 상의 품에 맞추면 소매가 깡총하게 올라가 팔이 쑥 나와 보였고, 소매 길이에 맞추면 가슴과 어깨 부위가 너무 넓어 남의 옷을 훔쳐 입은 것처럼 벙벙했다. 대여용 연미복과 더블 버튼 턱시도를 몇 번이나 번갈아 입어 보았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촬영 당일에 이모님이 대충 옷핀으로 고정해 줄 테니 사진에는 이상하게 안 나올 거라고 다독여 주셨지만, 패키지 비용에 포함된 대여 서비스의 퀄리티 치고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아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송도메리빌리아 예식 당일과 정신없었던 반납 일정
결혼식 당일 송도메리빌리아 신부대기실 옆 대기 공간에서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거울을 보았다. 내 몸에 맞춰 완성된 본식 정장은 다행히 핏이 괜찮았지만, 카라 깃이 목을 꽤 타이트하게 조여서 식 내내 긴장감과 함께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을 견뎌야 했다. 식을 무사히 끝마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돌리고 나니 이제는 대여복 반납이라는 마지막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 조건상 예식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는 무조건 매장에 옷을 직접 반납해야 추가 연체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하는 일정과 겹치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짐을 싸고, 옷을 챙겨서 매장으로 달려가느라 출발 전부터 기운이 다 빠졌다. 반납 확인을 겨우 끝내고 돌아서며 그냥 깔끔하게 기성복 브랜드에서 대여만 따로 해결했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방 옷장 한구석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그 정장을 볼 때마다, 과연 저걸 다시 입을 날이 올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마음이다.

가봉 때 줄자 때문에 몸이 굳는 느낌, 정말 공감되네요. 특히 촬영 때문에 며칠 동안 뻣뻣해지는 것도 꽤 힘드셨겠어요.
맞춤 숍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원단 설명도… 다들 상황이 비슷하네요. 특히 좁은 탈의실에서 여러 사람이 옷을 입어보는 모습은 정말 불편했을 것 같아요.
인천에서 테일러숍에 갔을 때 원단 비교 설명이 조금 어렵게 들렸던 것 같아요.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이런 차이점을 놓치기 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