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웨딩박람회는 생각보다 정신이 없었다
주말에 삼성동 쪽에서 열리는 다이렉트 웨딩박람회라는 곳을 다녀왔다. 사실 결혼 준비라는 게 막막해서 뭐라도 좀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가볍게 신청한 건데, 입구부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예약 확인하고 들어가는 과정부터 뭔가 공장처럼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나는 좀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었는데 플래너들이 쉴 틈 없이 다가와서 상담을 권하는 분위기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에 입구에서부터 약간 긴장했던 것 같다. 상담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까지 다 들리는 상황이라 집중하기도 좀 애매했고.
플래너 상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겪은 일들
플래너님이랑 앉아서 혼수 리스트를 대충 훑어보는데,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상담이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있었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나는 아직 정해진 게 하나도 없어서 대답하기가 참 곤란했다. 예식장을 어디로 할지, 포항 같은 곳에서 할지 서울에서 할지도 아직 고민 중이라 명확한 답을 드릴 수가 없었는데, 플래너님은 벌써 스튜디오 촬영 일정이랑 긴팔 웨딩드레스 스타일 같은 걸 추천해주고 계셨다. 특히 디유드라포엠 같은 곳 언급하시면서 지금 예약 안 하면 나중에 일정이 안 나온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뭔가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지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정말 지금 당장 계약을 해야 하나 싶은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
신혼그릇세트와 예물 준비의 현실적인 고민들
상담 중간에 잠시 시간을 내서 혼수 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을 둘러봤다. 신혼그릇세트 구경하는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훨씬 높아서 입이 떡 벌어졌다. 예쁜 건 정말 많았는데, 이걸 진짜 매일 쓰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집에 이미 있는 것들이랑 겹치지는 않을까 걱정만 늘었다. 웨딩밴드도 몇 군데 둘러봤는데, 디자인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가격 차이만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아서 판단이 더 안 섰다.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를 오가는 예산 범위를 듣고 나니 갑자기 통장 잔고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필수인가 싶으면서도, 남들은 다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려야 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들을 같이 공유할 시간이 부족한 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
삼성동 근처에서 보낸 지친 주말 오후
박람회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거의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삼성동 인근 카페에 앉아서 플래너님이 챙겨준 팜플렛들을 펴봤는데, 정리도 잘 안 되고 그냥 머리만 복잡했다. 다이렉트라고 해서 조금 더 합리적일 줄 알았는데, 결국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 하나하나가 다 돈이라는 게 실감 났다. 사실 옆에 앉아 있던 예비 신랑이랑도 살짝 감정 상할 뻔했다. 내가 혼수 리스트 보면서 고민할 때 무심하게 반응하는 게 왜 이렇게 섭섭하던지. 그냥 구경만 하러 간 건데,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른다.
결혼 준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버거운 이유
웨딩 스튜디오 촬영을 꼭 해야 하나, 예식장은 굳이 비싼 곳을 가야 하나 같은 고민들을 이미 다 끝낸 사람들이 여기에는 참 많아 보였다. 나는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기분인데 다들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플래너가 옆에서 다 챙겨주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조차도 내 주관이 없으면 그냥 끌려다니는 것 같아서 찝찝하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혼자서라도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또 박람회에 가서 다른 플래너를 만나 상담을 받아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인터넷으로만 찾아보는 게 나을지 확신이 안 선다. 당분간은 그냥 이 팜플렛들을 덮어두고 싶다. 며칠 지나면 마음이 좀 달라지려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