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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으로 가기로 했다가 다시 엑셀 표를 쳐다본 이유

결혼식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가는 상상

결혼식 준비라는 게 정말 끝도 없더라. 처음에는 광진구 쪽에 있는 작은 하우스웨딩 홀들을 둘러보면서 나름 로망을 키웠는데, 막상 상담을 받으러 다니니까 현실적인 예산이랑 일정 조정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결혼박람회 일정도 몇 번 가보고 드레스 업체도 고르고 하다 보니 정작 신혼여행은 뒷전이 된 거다. 다들 괌이나 하와이 허니문 패키지를 많이 한다길래 우리도 대충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환율을 보니까 눈앞이 캄캄해졌다. 달러가 1,500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본토나 하와이 쪽 견적을 뽑아보니 이건 뭐 신혼여행이 아니라 자산 탕진 수준이더라. 팜투어 같은 곳에서 발리 프로모션도 많이 하던데, 비행시간 7시간이라는 말에 또 고민이 시작됐다. 5월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지금 고민만 벌써 두 달째다.

엑셀 시트 하나에 며칠을 매달렸다

나는 여행을 가면 무조건 일정을 짜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다. 세부 같은 곳은 1박에 10만 원 안팎으로 4성급 리조트를 잡을 수 있는데, 괌은 무슨 1박에 30~40만 원을 우습게 넘기더라. 가성비로 따지면 동남아가 압도적인데, 막상 부모님께 신혼여행지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신혼인데 휴양지 느낌 나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신다. 이게 참 애매하다. 남들처럼 하와이 리조트 사진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1인 왕복 항공권 가격에 숙박비까지 더하면 거의 차 한 대 값은 그냥 나가는 셈이다. 결국 엑셀에 적어둔 예상 지출액을 보면서 또 지웠다가 다시 적기를 반복했다. 돈을 쓰기로 마음먹으면 편할 텐데,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결정을 못 내리는 내가 좀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여행지 선정의 딜레마와 끝없는 고민

남편은 그냥 가까운 11월 국내 여행지 추천 리스트를 보자고 한다. 굳이 비싼 돈 들여서 비행기 오래 타고 나가느니 제주도나 남해 쪽에서 일주일 머무는 게 어떠냐는 거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박희곤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 옛날에는 신혼여행을 운문사 여인숙에서 보냈다는 구절이 나오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가 너무 남들 하는 대로 하려고 애쓰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신혼여행 인증샷들을 보면 마음이 또 흔들린다. 누구는 끄라비로 떠나서 물놀이를 했다고 하고, 누구는 하와이에서 스냅 사진을 찍었다는데 나만 너무 소박하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인데, 왜 이렇게 남들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예약 버튼 누르기 직전의 막막함

어제는 밤늦게까지 괌 리조트 공홈을 들락거렸다. 3박 4일 일정으로 대충 견적을 내보니 항공권 포함 500만 원은 훌쩍 넘길 것 같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창을 닫았다. 여행사를 끼고 패키지로 가면 좀 나으려나 싶어 박람회 때 받았던 명함들을 다시 꺼내봤다. 분명 상담할 때는 친절하게 다 해줄 것처럼 말했는데, 막상 연락해서 옵션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결국 추가 비용의 늪에 빠질 것 같아 겁이 난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다 취소하고 그냥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로 눈을 낮춰야 하나. 아니면 그냥 예산 더 모아서 내년에 갈까. 고민한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노트북 앞에서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는 시간이 벌써 세 시간째다. 내일은 좀 다를까 싶지만, 아마 내일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괌으로 가기로 했다가 다시 엑셀 표를 쳐다본 이유”에 대한 4개의 생각

  1. 항공권 가격 때문에 엑셀만 계속 보다가 결국 일본이나 동남아로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네요. 저는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계획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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